바르고 빠르게 크는 우리 아이 키 성장을 위한 모든 것
지금 하이키에서 만나보세요!

하이키 커뮤니티

[성조숙증 비상]

  • 작성일   2011-01-25
  • 조회수   19240


[성조숙증 비상] "벌써 생리라니…" 아이도 부모도 충격

 

     ■ 성장의 문턱에서 몸의 변화가 두려운 아이들
        '초경은 사망선고' 전문클리닉서 호르몬제 투약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성장클리닉에서 키를 재보고 있는 한 여자 어린이. 느닷없이 찾아온 성조숙증 때문에 자유로워야 할 신체를 관리ㆍ통제하게 된 아이들과 그 부모의 심정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신상순기자
관련기사

“조금만 더. 997, 998, 999, 1,000!”

구령을 외치던 엄마 입에서 “천“ 소리가 나자 이를 악문 서연(8ㆍ가명)이가 줄넘기를 내팽개치며 놀이터 바닥에 주저앉는다. 호흡은 거칠고, 이마에선 소나기처럼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혹한의 칼바람에 감기라도 들까 어머니 조씨(37)는 급히 서연이의 모자 속으로 수건을 넣어 땀을 닦아준다.

“잘했어, 우리 딸.” 엄마가 등을 쓸어주며 칭찬해도 얼굴의 오기가 풀리지 않던 서연이가 잠시 후 숨을 고르며 묻는다. “엄마, 나 일주일 내내 천 번씩 했으니까 생리 안 하겠지?”

여덟살 소녀의 외로운 비밀

서연이가 처음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한 건 2년 전, 여섯 살 때였다. 설마 이차성징일거라고는생각도 못하고, 조씨는 서연이와 함께 대학병원 심장내과를 찾았다. 온갖 검사를 다 해봤지만 의사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누가 봐도 확연하게 서연이의 가슴이 커졌다. 다시 병원을 찾으니 성조숙증인 것 같다며 1박2일 입원 검사를 권했다. 수도 없이 피를 뽑았고, 뇌나 난소 등에 종양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했다. 결과는 여성호르몬 과다 분비에 의한 성조숙증이었다.

“그때부터 1년간 한 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 성호르몬 억제제를 맞았어요. 의사 말이 주사는 보조적 수단이고, 살 길은 운동뿐이래요. 처음엔 하기 싫다는 애를 다그쳤는데, 저도 절박한지 이제는 군말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해요.”

아이에게는 본인의 신체적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기 때문에 입단속을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아이는 알아듣는 것도 같고, 못 알아듣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서연이는 이제껏 친한 친구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얘기한 적이 없다. 시냇물처럼 재잘거리는 여덟 살 소녀에게 비밀이란 얼마나 심사 외로운 일이었을까. 엄마는 입단속을 시킬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초경 파티? 초경은 사망선고”

지난 20일 오후 성장클리닉을 운영 중인 서울 서초구의 한 한의원. 방학을 맞아 두배 가까이 늘어난 환자로 북적이는 이곳은 초등학교 4학년 빛나(10ㆍ가명)가 3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여성호르몬 수치를 체크하고, 그 수치에 따라 한약을 짓는다. 일곱 살 때 가슴이 나오고 머리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 병원을 찾기 시작한 빛나는 당시 성조숙증 때문에 1~2년 내에 초경을 할 것같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체중 관리, 음식 조절, 규칙적 운동…. 그때부터 빛나에게는 삶의 모든 것이 관리와 조절의 대상이 돼버렸다.

“먹으면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요. 계란후라이 너무 먹고 싶은데….” 여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알류, 어패류 등은 절대 금식이다 보니 빛나는 학교 급식 먹기가 특히 힘들다. “어떤 날엔 계란 빼고, 콩장 빼고, 새우볶음 빼고 나면 먹을 게 없어요. 그럴 땐 맨밥에 김치만 먹고 와요.” 그 결과 통통한 편이던 빛나는 지금 키 140㎝에 35.7㎏으로 또래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성조숙증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건 초경. ‘적어도’ 167㎝는 되고 싶다고 말하는 빛나에게 키 성장이 멈추는 초경은 파티하며 축하할 일이 아니라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는데, 호르몬 검사 결과 올해 생리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해서 다시 걱정이에요.” 어머니 이모(40)씨 말에 빛나가 소곤거린다. “1년만 있으면 그래도 정상인데…. 엄마, 1년 있다 하면 괜찮은 거지? 그치?”

초경을 시작하면 어린 게 뒷처리는 어떻게 할까, 쉬는 시간마다 엄마가 따라다니며 챙겨줘야 할 텐데, 다른 애들이 놀리기라도 하면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견딜까, 이씨는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빛나는 몸 때문에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수시로 “엄마, 나 친구들이랑 초경 같이 시작하고 싶어. 나만 먼저 하는 거 싫어” 하며 심란해 한다. 치료비가 어떤 달에는 70만원 가까이 들지만, 그런 빛나를 보며 엄마는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

“그냥 방치했을 경우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여성성을 숨기느라 위축되면, 자기 몸을 혐오하게 되면, 이 작은 키로 평생을 살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어요. 뭐를 잘못 먹였나, 뭐를 잘못해줬나, 다 엄마 탓인 것만 같고…. 누구나 넘는 성장의 문턱인데, 왜 우리에게만 이리 길고 험한 걸까요.”

입력시간 : 2011/01/25 15:30:08  수정시간 : 2011/01/25 16:13:46


출처 : 한국일보